[문예 마당] 귀향(歸鄕)
산티아고 순례길 다섯째 날 에스텔라(Estella) 마을 스러져 가는 성당 입구에 서 있는 돌로 빚은 성인 한 분 움푹 팬 눈 코와 귀는 닳아 없어지고 입술도 흐물흐물 허물어 내리고 있다 망연자실 바라보는 순례자에게 한 말씀 건네신다 만지지 마라 눈으로도 쓰다듬지 마라 나는 지금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길 한 덩이 돌이 어느 석공의 손에 생명을 얻어 성인 반열에 올라 한 시절 잘 지내고 천년 세월 바스러지며 시시각각 본향으로 가는 중 행여 울지 마라 방정맞다 너와 나의 고향 먼지로 돌아가나니 정찬열 / 시인문예 마당 귀향 성인 반열 성당 입구